양자암호 관련주를 찾다 보면 국내에도 국가정보원 최고등급 인증까지 받은 회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케이씨에스라는 회사다. 그런데 이 정도 인증을 받은 기술이 실제로 쓰이는 자리는 의외로 소박하다. 은행 앱 로그인 정도다. 반대로 해외에서는 같은 기술이 복권 당첨번호를 뽑고 국채 추첨을 하는 데 쓰인다. 국내와 해외에서 이 기술을 쓰는 자리가 왜 이렇게 다른지 정리한다.
양자암호 관련주, 케이씨에스는 복권에 못 쓰는 이유
여기서 다루는 기술은 QRNG(양자난수생성)다. 양자컴퓨터 관련주로 흔히 묶이는 QKD(양자키분배)나 PQC(양자내성암호)와는 다른 별개 기술이다. 양자역학은 측정하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는 근본적인 비결정성을 갖고 있는데, QRNG는 이 성질을 이용해 진짜 예측 불가능한 난수를 만든다. 소프트웨어로 흉내 낸 난수(의사난수)와 달리 원리 자체가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차이다.
케이씨에스는 어떤 회사인가
케이씨에스(코스닥 115500)는 SK텔레콤과 공동으로 국내 최초의 '양자암호 원칩' QKEV7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스위스 IDQ(ID Quantique)의 QRNG 칩과 케이씨에스의 암호칩을 하나의 반도체로 통합한 구조다. 이 QKEV7이 국가정보원의 암호모듈검증(KCMVP)에서 전체 2등급 인증을 받았는데, 이는 국내 암호칩 중 가장 높은 보안등급에 해당한다. 국가·공공기관용 정보보호시스템에 들어가는 암호모듈은 이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 항목 | 내용 |
|---|---|
| 제품 | QKEV7(양자암호 원칩) |
| 구조 | IDQ QRNG 칩 + 케이씨에스 암호칩 통합 |
| 인증 | 국정원 KCMVP 전체 2등급(국내 암호칩 중 최고등급) |
| 공동개발 | SK텔레콤 |

국내에서는 은행 로그인·OTP에 쓰인다
국내에서 QRNG가 실제로 쓰이는 자리를 찾아보면 금융권, 그중에서도 인증 절차에 몰려 있다. 신한은행은 로그인이나 타행 송금 시 QRNG를 적용하고 있고, 대구은행도 QRN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모바일 OTP(일회용 비밀번호)를 생성하는 과정에 양자난수를 적용한 '퀀텀 OTP' 서비스를 운영한다.
| 은행 | 적용 지점 |
|---|---|
| 신한은행 | 로그인, 타행 송금 |
| 대구은행 | QRNG 서비스 이용 가능 |
| SC제일은행 | 모바일 OTP 생성('퀀텀 OTP') |
공통점은 전부 인증·보안 절차라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평소 쓰던 로그인·OTP 화면과 다를 게 없어서, 뒤에서 양자기술이 돌아가고 있다는 걸 체감하기는 어렵다.
해외에서는 복권과 채권 추첨에 쓴다
흥미로운 점은 케이씨에스의 QKEV7에 들어간 QRNG 칩과, 지금부터 볼 해외 사례에 쓰이는 QRNG가 같은 회사 제품이라는 것이다. 케이씨에스는 QKEV7을 만들 때 스위스 IDQ(ID Quantique)의 QRNG 칩을 가져다 자사 암호칩과 통합했다. 이 IDQ가 해외에서는 자사 QRNG(Quantis)를 은행 보안이 아니라 훨씬 대중적인 자리에 직접 공급하고 있다. 스위스의 복권사업자 중 하나인 로터리 로망드(Loterie Romande)는 당첨번호를 뽑는 데 이 QRNG를 사용한다. 영국에서는 국가저축투자청(NS&I)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본드(추첨식 국채 성격의 저축상품)의 5세대 추첨기 'ERNIE'가 IDQ의 QRNG를 채택했다.
| 국가 | 기관/상품 | 용도 |
|---|---|---|
| 스위스 | 로터리 로망드(복권사업자) | 복권 당첨번호 추첨 |
| 영국 | NS&I 프리미엄 본드 'ERNIE'(5세대) | 추첨식 국채 당첨자 선정 |
복권이나 채권 추첨처럼 공정성을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예측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QRNG의 특성이 은행 보안 못지않게 설득력 있는 셈이다.
국내 동행복권은 왜 QRNG를 안 쓰나
그렇다면 국내 로또 6/45는 어떨까. 동행복권의 로또 추첨에는 QRNG가 아니라 '비너스 추첨 시스템'이라는 물리적 기계 장치가 쓰인다. 프랑스 아카니스 테크놀로지스(AKANIS TECHNOLOGIES)의 제품으로, 터빈이 만드는 바람으로 공 여러 개를 뒤섞은 뒤 회전하는 드럼링이 당첨볼을 하나씩 뽑아내는 방식이다. 전 세계 40여 개 복권기관이 쓰는 방식이라 국내만의 특이한 선택은 아니다.
즉 국내 로또가 QRNG를 안 쓰는 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다른 방식(눈으로 보이는 기계식 추첨)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으로 추첨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은 그 나름대로 공정성을 확인시켜주는 방법이라, QRNG로 바꿀 유인 자체가 크지 않다.
국내와 해외, 같은 기술 다른 자리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 구분 | 국내 | 해외 |
|---|---|---|
| 대표 사례 | 케이씨에스(QKEV7) | IDQ(Quantis) |
| 주 활용처 | 은행 로그인·OTP | 복권 추첨, 채권 추첨 |
| 성격 | 기관용 보안 인프라 | 대중이 직접 결과를 확인하는 공정성 장치 |
자주 나오는 질문 정리
| 질문 | 답 |
|---|---|
| QRNG와 QKD·PQC는 뭐가 다른가 | QRNG는 난수를 만드는 기술, QKD는 통신 암호키를 분배하는 기술, PQC는 양자컴퓨터로도 못 푸는 수학 암호다. 목적이 다른 별개 기술이다 |
| 케이씨에스 QKEV7은 지금도 살 수 있는 제품인가 | 이미 상용화·판매 중인 제품이다. 국정원 인증까지 받아 공공기관 정보보호시스템에 실제로 들어갈 수 있다 |
| 은행 QRNG는 사용자가 따로 설정해야 하나 | 아니다. 표준 키스토어를 쓰는 서비스는 로그인·인증·결제 시 자동으로 적용돼 사용자가 체감할 일이 없다 |
| 해외 복권은 전부 QRNG를 쓰나 | 아니다. 이번 조사로 확인된 건 스위스 로터리 로망드와 영국 NS&I 정도다. 대부분의 해외 복권도 여전히 기계식이거나 별도 소프트웨어 난수를 쓴다 |
같은 기술이라도 어느 문제를 풀기 위해 쓰이느냐에 따라 자리가 다르다. 국내는 인증·보안이라는 영역에서 이미 국가 최고등급 인증까지 받으며 자리를 잡았고, 해외는 복권·추첨처럼 "결과를 아무도 미리 알 수 없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영역까지 쓰임새를 넓혔다. 국내 로또가 QRNG로 바뀌지 않는 이유는 기술 격차가 아니라, 이미 검증된 다른 방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 대조는 시사점이 있다. 케이씨에스의 기술이 낮게 평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 최고등급 인증을 받아 금융권 인증 인프라에 들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진입장벽을 넘었다는 뜻이다. 다만 복권 추첨처럼 일반 소비자가 결과를 직접 체감하는 응용까지 넓히려면, 이미 자리 잡은 다른 방식(동행복권의 기계식 추첨 같은)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기술이 있다는 것과 그 기술이 쓰일 자리가 새로 열린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자료와 기업·기관 공식 자료를 근거로 정리한 것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니다. 투자 결정은 최신 공시와 재무 정보를 확인한 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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